토끼의 앞발이 박혔던 흙바닥 또한 철근에라도 찍힌 것처럼 깊숙이 파여 있었다.

주먹만 한 토끼가 저만큼의 힘을 냈다고?

얼른 토끼에게 시선을 옮겨보았지만, 그녀에게 충격을 선사한 흰토끼는 어느새 사라진 지 오래였다.

동물원을 정신없이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하루가 다 가 있었다. 수상쩍기만 하던 동물원은 자세히 둘러보니 의외로 괜찮았다.

지나치게 조용한 분위기라든지, 먹이를 먹을 시간이 되어도 보채기는커녕 끽 소리 한 번 내지 않고 침묵해 있는 동물들이라든지, 망치를 휘두르는 것처럼 앞 발길질을 했던 토끼를 제외하면 말이다.

…아아, 아무리 생각해도 수상하기 그지없다.

심증만 있고 물증은 없는, 그런 석연찮음을 속에만 품고 사무실로 돌아온 찰나였다. 낯선 목소리가 귓전을 두드렸다.

“그러니까, 지금은 나가면 안 된다니까!”

“언제까지 여기 갇혀 있으란 말이지? 난 너희들처럼 동물원 놀이나 하러 온 게 아냐.”

어라, 웬 목소리? 사람인가?

그녀는 미라를 만났던 사무실로 들어가려다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조금만 기다려. 잠시 후면 그녀가 퇴근할 테고, 그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니까 그러네? 참아, 지금 아르한을 불러올 테니.”

묘하게 긴장된 목소리는 상대방을 말리고자 애썼지만, 상대의 반응은 싸늘했다.

잠시 후에 퇴근할 여자라면, 난가?

목소리를 따라 걸어가던 하은은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오는 문 앞에 멈춰 섰다. 분명 이 갈색 문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야, 너!”

“우리 안에 틀어박혀 있는 건 나머지로도 충분하잖아? 비켜.”

창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 후엔 무언가 바람 소리를 내며 날아가는 소리가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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