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꿨다. 뱀이 말을 하고 곰을 구박하는 장면들이 좌르륵 이어지는 이상한 꿈. 퍽 재미있는 영화 같은 거라고 생각했다.

세상에 그런 동물원이 어디 있어? 이제 일어나면 평소와 똑같은 하루를 보내게 될 것이다.

씻고, 학교 가고, 서영이와 놀다가 돌아오는 평범한 일상.

살짝 눈을 뜨고 몇 번 깜박이자, 시야가 카메라 초점이 잡히듯 분명해지기 시작했다.

저 하얀 천장은 내 방이 아닌데…….

“드디어 일어났네.”

옆에서 반갑다는 듯 불쑥 솟아오르는 목소리에 하은이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순간적으로 머리가 핑 돌았다.

으, 어지러워. 수건이 옆으로 툭 떨어지자 그제야 후끈한 온기가 의식됐다.

“이런, 아직은 일어나지 않는 게 좋아. 의사가 감기 기운이 있다더라고.”

침대 앞에 드리워 있던 얇은 그림자가 어슬렁거리며 다가왔다. 바닥에 떨어진 수건이 몇 번 툭툭 털리고 옆으로 들이밀어졌다.

하은이 간신히 고개를 돌렸다.

“고맙… 으악!”

손끝에 닿아오는 시린 기운은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뱀. 뱀도 보통 뱀이 아니었다.

킹코브라. 서식지가 줄어든 까닭에 희귀종으로 보호되며, 치사율 50~60%를 자랑하는 강력한 신경 마비 독을 가지고 있는 독사 중의 독사다.

한마디로, 물리면 그 자리에서 즉사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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