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물가 39년만에 최대 상승…돈풀기 혹독한 대가 현실로연말 기록적 물가급등 덮쳐14일부터 美 연준 정례회의돈줄죄기 발걸음 빨라질 듯지지율 하락 불안한 바이든"에너지값은 오히려 떨어져"별도성명 내며 여론 달래기디플레 걱정하던 日도 불안기업물가 41년만에 최대상승◆ 전세계 인플레 충격 ◆미국이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무제한으로 완화적 통화 정책을 펼친 것에 대한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 지난 5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5%를 기록하자 기저 효과라는 해석이 많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이 팬데믹 발생 직후라 수요가 곤두박질쳤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이런 가설이 맞는다면 올해 하반기에는 물가가 안정돼야 했다. 하지만 흐름은 반대로 펼쳐졌다. 연말로 갈수록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진정되지 않고 있다. 공급망 혼란, 물류 대란 등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6.2%를 기록하며 시장에 충격을 준 CPI 상승률은 11월에는 상승폭이 더 올라갔을 것으로 월가는 전망했다. 시장 전망대로 11월 CPI 상승률이 6.7%를 기록하면 1982년 6월 이후 39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인플레이션이 경제문제를 넘어 중간선거를 앞두고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존립을 위협하는 문제로 커지자 백악관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11월 CPI가 발표되기 전날 직접 해명했다. 과거에는 볼 수 없던 매우 이례적인 모습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별도 성명을 통해 "11월 물가에는 최근 휘발유와 천연가스 가격 하락이 포함되지 않는 등 오늘날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몇 주, 몇 달 안에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중고차도 물가지표에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 역시 30년 만에 최대 폭으로 올랐을 것으로 월가는 예상한다. 다우존스 집계에 따르면 11월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4.9%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월 대비로는 0.5% 상승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1991년 6월 이후 최고치다.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이날 백악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데이터는 과거를 보여주는 것이기에 현재의 에너지 가격 하락을 포착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디스 위원장은 "물가 상승이 완화되면서 내년 4분기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2.2%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중고차 가격 하락 등 물가 안정세를 체감하기가 어렵다. 하락했던 목재 가격은 11월 중순 이후 다시 치솟고 있다. 앞으로 인플레이션이 잡힐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달렸다.연준은 오는 14~15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축소하는 테이퍼링(유동성 공급 축소) 속도를 높이고, 내년에 단계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위한 논의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연준이 얼마나 빠르고 강하게 긴축 정책을 펼칠 것인지에 따라 인플레이션의 운명이 결정된다. 특히 이번 FOMC 회의에서는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가 공개되기 때문에 여기에 가장 큰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월가에서는 테이퍼링이 내년 3월에 완료되고 4~6월께 첫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말까지 인플레이션이 진정되지 않는다면 이 계획에서도 더 일정이 앞당겨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월가에서는 내년 말까지 세 차례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했다.CME그룹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내년 12월 기준금리가 0.75~1.00%를 기록할 것으로 보는 견해가 가장 많았다. 이는 내년에만 세 차례 금리 인상이 이뤄진다는 의미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첫 금리 인상 이후 매 분기 단위로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며 "2022년에 세 차례, 2023년에 네 차례, 2024년에 한 차례 금리 인상을 통해 최종적으로 2.0~2.25%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인플레이션은 디플레이션에서 빠져 있던 일본에서도 문제로 부상했다.일본에서는 기업 간에 거래하는 물품 가격 동향을 보여주는 기업물가지수가 41년 만에 최대 폭으로 올랐다. 원유를 비롯한 국제 상품 가격 상승과 엔화 약세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10일 일본은행은 올해 11월 기업물가지수가 작년 동월과 비교해 9.0% 오른 108.7(속보치)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승폭은 '석유 파동' 영향을 받던 1980년 12월(10.4%) 이후 약 41년 만에 최대 폭이다. 일본 기업물가지수는 10월에도 작년 동월 대비로 8.3%(수정치) 오르는 등 큰 폭 상승세를 이어갔다. 일본 기업물가지수는 올 1~2월 전년 동기 대비 하락세를 보였지만 3월부터 오름세로 돌아서며 9개월째 상승세를 탔다.니혼게이자이신문은 코로나19 등으로 소비자의 수요 회복이 둔화돼 기업들이 가격 인상에 신중할 수밖에 없으며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판매가에 반영하지 못하면 기업수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